[한장묵상] 사무엘상 8장, 왕을 요구한 이스라엘의 진짜 이유


사무엘상 8장, 왕을 요구한 이스라엘의 진짜 이유


왕을 요구한 이스라엘, 그 진짜 이유

사무엘은 노년에 자신의 아들들(요엘과 아비야)을 사사로 세웠다. 이는 사사 시대의 전통에는 없던 일이었고, 사사직의 세습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과거 기드온에게도 왕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그는 이를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사무엘의 아들들은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하는 등,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이들의 타락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사무엘의 아들들의 부패를 빌미로, 이스라엘 장로들은 사무엘에게 나아와 왕을 세워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동기는 “다른 모든 나라들처럼 되기를” 원한 것이었다. 이 말 속에는 하나님의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깔려 있었다. 지파 연합체계 아래에서 반복되는 위기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그들의 판단은,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인본주의적 사고였다.

하나님은 친히 이스라엘의 왕이 되셨고, 언약 안에서 그들을 돌보시며 다스려오셨다. 하지만 백성은 이 하나님을 철저히 무시하고, 오히려 다른 민족처럼 인간 왕의 지배를 갈망했다. 그들은 스스로 이것이 합리적인 정치 개혁이라 여겼고, 동시에 하나님의 도우심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나님의 응답과 경고

사무엘은 이 요구를 듣고 매우 불쾌히 여겼다. 그는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묻는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하신다. 이것은 그분께서 백성의 불신과 반역을 기뻐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꿰뚫어 보시고도 그 선택을 존중하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왕정제의 현실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라고 명하신다. 왕은 백성의 자녀들을 부리며(11-13), 그들의 토지와 소유를 가져가고(14-17), 백성을 자신의 종으로 삼는 권력 남용을 저지를 것이라 하신다. 그리고 중요한 경고는, 이런 왕으로 인해 고통받을 때 여호와께 부르짖어도 응답하지 않으시겠다는 것이었다(18).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은 사무엘의 경고를 거절하고 왕을 요구했고, 결국 하나님은 이를 허락하신다. 사무엘은 그들을 돌려보낸다.



하나님의 계획과 인간의 불신앙

흥미롭게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왕을 세우실 계획을 이미 가지고 계셨다(창 35:11, 신 17:14-20). 사사 시대의 평가에서도 왕의 부재가 무질서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다(삿 17:6). 따라서 이스라엘이 왕을 요구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떤 왕을 원했는가’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왕’을 구하지 않고, ‘자기들이 바라는 왕’을 요구하였다. 이는 하나님을 왕좌에서 내쫓고 인간 왕을 그 자리에 앉히려는 반역적 행위였으며, 신실하신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 그 동기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처럼 불신앙에서 비롯된 선택조차 사용하셔서, 결국 다윗 왕과 메시아에 이르는 구속사의 역사를 이루신다. 하나님의 주권은 인간의 잘못된 선택조차도 꺾어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의 뜻을 묻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우리도 때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묻지 않은 채 내리는 결정은 결국 책임과 짐을 동반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지 않고, 결과만 생각하며 수단과 방법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인본주의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하나님은 이런 결정들을 억지로 막지 않으신다. 그냥 허용하시고 지켜보신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자신의 뜻을 이루신다. 하지만 그 길에는 마땅히 책임이 따른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말씀에 대한 불순종’이며, 이는 하나님을 무시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머리를 굴리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뜻을 묻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어떻게 잘 살아갈까’가 아니라, ‘하나님을 어떻게 바르게 섬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결단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왕으로 모신 자의 삶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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