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묵상] 사무엘상 10장, 사울에게 여호와의 영이 임하다


사무엘상 10장, 사울에게 여호와의 영이 임하다

개역개정, 사무엘상 10장



은밀한 기름 부음과 세 가지 징조

사무엘은 라마 성읍 끝에서 사울의 사환을 앞서 보내고, 사울에게 은밀히 기름을 부었다(9:27, 10:1). 기름 부음은 하나님께서 선지자, 제사장, 왕을 임명하신다는 의미를 지닌 신성한 행위로, 기름 부음 받은 자는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사무엘은 사울에게 하나님께서 자신을 왕으로 세우셨다는 것을 확증해 주기 위해 세 가지 징조를 예언했다:

  1. 라헬의 묘 근처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되며, 그들은 잃어버린 나귀가 이미 찾아졌고 아버지가 아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할 것이다(10:2).
  2. 다볼 상수리나무 근처에서 하나님께 제사하러 가는 세 사람을 만나 그들이 떡 두 덩이를 사울에게 줄 것이다(10:3-4). 이는 사울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상징이다.
  3. **하나님의 산(기브아 언덕)**에 이르러 선지자들의 무리를 만나게 되고, 여호와의 영이 사울에게 임하여 예언을 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그는 “변하여 새 사람”이 될 것이라 하셨다(10:5-6).

이 모든 징조는 매우 구체적으로 예언되었고, 사울이 그것들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하나님께 택함 받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도록 하셨다.

또한 사무엘은 사울에게 길갈로 내려가서 7일 동안 기다리라고 명령했다(10:8). 이는 향후 사울의 순종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이 된다.



징조의 성취와 여호와의 영의 임함

사울이 떠날 때, 하나님은 그에게 ‘새 마음’을 주셨고, 사무엘이 말한 세 가지 징조가 모두 성취되었다(10:9-10). 특히 기브아 언덕에서 선지자들과 만나 여호와의 영이 크게 임하여 그들과 함께 예언하였고, 이 장면은 주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울도 선지자 중에 있느냐?"는 말이 속담이 되었을 정도다(10:11-12). 이는 사울이 갑작스럽게 종교적인 변화의 외양을 갖추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지 외적, 일시적인 변화였다. 하나님께서 왕으로 쓰시기 위해 영을 부어주셨지만, 이는 성령의 영원한 내주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울은 그날 있었던 일을 숙부에게 말하지 않았고, 사무엘이 명한 대로 아직 공적으로 자신이 왕이 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10:14-16).



사울의 공적 선출과 하나님의 주권

사무엘은 백성들을 미스바로 소집하고, 왕을 요구한 그들의 행동이 하나님을 버린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10:17-19).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들의 요구를 허락하셨고, 제비뽑기를 통해 사울을 공식적으로 선출하신다(10:20-21).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묻는 신정적인 방식이었다(수 7:14-18).

제비는 베냐민 지파, 기스의 가문, 그리고 결국 사울을 지목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사울은 짐 보따리 사이에 숨어 있었다(10:22). 이는 그의 성품 때문이기보다는 믿음의 부족에서 온 반응이었다. 이미 세 가지 징조를 경험하고, 하나님의 선택을 확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울의 외모는 백성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사무엘이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라고 소개하자, 백성들은 환호하며 그를 왕으로 받아들였다(10:23-24). 그러나 이는 정치적 제도 안에서의 선택일 뿐, 구속사적 의미에서의 참된 왕의 택함은 아니었다(대하 6:5-6).



초기 사울의 태도와 백성의 반응

사울의 등장을 반기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어떤 ‘비류’(불량자)들은 "저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겠느냐"고 멸시했고, 예물을 바치지도 않았다(10:27). 이는 단순한 사울 개인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선택 자체에 대한 거부이며 불신앙적 태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울은 잠잠히 반응한다. 이는 그의 초기 모습에 분명히 참음과 온유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의 순종과 분별

이스라엘이 왕을 요구한 것은 분명 하나님을 거부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요구를 허락하시되,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허락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은 인생과 공동체와 나라를 그들의 판단과 행위조차 사용하여 주권적으로 이끄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기름부음 받았다'는 직분이나 역할로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끝까지 순종하는 자녀로서의 택함을 받아야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의 일하심을 쉽게 판단하고 조롱하는 비류와 같은 자가 아닌, 깨어 있는 자, 묵묵히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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