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1장, 사울과 암몬 전쟁
1. 암몬 족속의 침공과 길르앗 야베스의 위기
사울이 왕으로 선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몬 족속의 왕 나하스가 길르앗 야베스(요단 동편 므낫세 반 지파, 삿 20:8–12)를 공격했다(삼상 11:1).
이 지역은 사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기브아 출신(삼상 10:26)으로, 과거 기브아 사건(삿 19–21장)에서 베냐민 지파가 거의 소멸될 뻔했던 때, 살아남은 600명의 베냐민 남성에게 아내를 주기 위해 길르앗 야베스의 여자들이 데려와졌기 때문이다.
암몬의 위협 앞에 길르앗 사람들은 종주권을 인정하며 속국이 되겠다고 제안했으나, 나하스는 이를 거절하고 그들의 모든 오른 눈을 빼버리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이스라엘 전체를 모욕하고자 했다. 이에 길르앗 장로들은 7일의 말미를 요청하고, 이스라엘 전역에 전령을 보냈다.
2. 사울의 의분과 하나님의 영의 임재
이 소식이 사울의 고향 기브아에도 전해졌다. 당시 사울은 아직 즉위식을 거치지 않았고, 밭에서 소를 몰며 일상을 살고 있었다.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들은 사울은 상황을 전해 듣고, 하나님의 영에 크게 감동되어(삼상 11:6) 의분을 느꼈다. 그는 소 두 마리를 잡아 토막 내고, 이스라엘 전 지역에 보내며 이렇게 선포했다:
"사울과 사무엘을 따르지 않으면 너희의 소도 이와 같이 될 것이다." (삼상 11:7)
그 말씀대로 여호와의 두려움이 백성에게 임했고, 각지에서 병사들이 모여 요단 서편 베섹에 집결했다.
그 수는 이스라엘 30만 명, 유다 3만 명, 총 33만 명이었다(삼상 11:8; 삼하 24:9).
3. 전투 전의 확신과 기만전략
사울은 길르앗 야베스에 사람을 보내어 “내일 정오, 가장 더운 때에 구원을 얻게 될 것”이라 전했다(삼상 11:9). 이는 자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함께하심에 대한 확신이었다.
길르앗 사람들은 이에 크게 기뻐하며 암몬에게 이렇게 전했다:
“내일 우리가 너희에게 나아가리니, 너희가 좋을 대로 우리에게 행하라.” (삼상 11:10)
이 말은 항복처럼 들릴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의도였다.
4. 하나님의 승리와 사울의 겸손
다음 날 정오, 사울이 이끄는 군대는 암몬을 크게 무찔렀다.
이 승리는 단순한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사울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전 백성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삼상 11:12).
일부 백성은 사울을 무시했던 자들을 처벌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울은 이렇게 고백했다:
“오늘은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구원을 베푸신 날이니, 아무도 죽이지 말라.” (삼상 11:13)
그의 겸손한 태도는 칭찬받을 만했고,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5. 길갈에서의 공식 대관식
사무엘은 이 승리를 계기로 이스라엘 왕정을 공식화하는 대관식을 제안했다.
백성은 정치·군사·종교의 중심지인 길갈로 모였고,
그곳에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며 화목제를 드리고 모두 함께 기뻐하였다(삼상 11:14–15).
6. 하나님의 은혜와 역사 주권
이 전쟁은 사울이 능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신 사건이다.
이스라엘은 이전에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지 않고, 사람의 왕을 구함으로써 주님을 배반했다(삼상 10:19).
그럼에도 하나님은 이들을 구원하시고, 사울을 온 이스라엘이 인정하는 왕으로 세우셨다.
하나님께서는 패역한 백성을 책망하시는 동시에, 은혜로 다스리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역사를 주관하시며, 사울의 순종과 불순종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