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기도와 사무엘의 헌신
– 어둠의 시대 속 하나님의 신실하신 섭리

사사 시대의 말기, 라마의 엘가나
이스라엘이 “왕이 없으므로 각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사사 시대의 말기, 에브라임 지역 라마(라마다임소빔, 삼상 1:1)에 ‘엘가나’라는 레위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핫 자손, 이스할의 후손이며 고라 계열의 레위인이었습니다 (대상 6:34-38).
엘가나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첫째 아내는 한나, 둘째는 브닌나였습니다. 한나는 불임이었고, 이로 인해 자녀를 둔 브닌나가 한나를 괴롭히며 핍박했습니다. 엘가나는 한나를 더 사랑했기에 이 불화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실로로 올라가는 매년제
엘가나는 신실하게 매년 실로로 올라가 절기 제사를 지켰습니다(삼상 1:3). 제사 후 가족과 함께 제물을 나누며 먹는 자리에서, 그는 한나에게 두 배의 분깃을 주었고 이는 브닌나의 질투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한나의 기도와 서원
어느 날 실로에서, 한나는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고 자리에 ‘일어나’ 여호와 앞에 마음을 쏟아놓고 기도합니다.
“만군의 여호와여, 아들을 주시면 그를 나실인으로 드리겠습니다.” (삼상 1:11)
이때 대제사장 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술 취한 줄로 오해하였지만, 상황을 듣고는 그녀를 축복하며 돌려보냅니다. 한나는 평안을 얻고 음식을 먹게 됩니다(삼상 1:17-18).
하나님의 응답, 사무엘의 탄생
다음 날 경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 여호와께서 한나를 ‘생각하셨습니다’(삼상 1:19).
이 표현은 단순히 기도를 떠올리셨다는 뜻을 넘어서, 언약의 실행 시점이 도래했음을 암시합니다.
한나는 아들을 낳고 그의 이름을 사무엘(שְׁמוּאֵל)이라 지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 구하여 얻었다”는 의미로, 그 이름 자체가 그의 존재의 의미를 설명해줍니다.
젖을 떼고 드리다
다음 해 다시 실로로 올라가는 시기, 엘가나는 이번에는 서원제를 준비합니다. 이는 남편으로서 아내의 서원에 동의했음을 뜻합니다(민 30장 참조).
하지만 한나는 아이가 아직 어리기에 함께 가지 않고, 젖을 뗀 후(유대 전통상 약 3~4세)에 성소에 드리기로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실로로 올라갈 때, 정해진 분량보다 더 많은 제물을 준비했고(민 15장), 한나는 대제사장에게 말합니다:
“내가 기도하여 구한 아이를 여호와께 드리나이다.” (삼상 1:27-28)
하나님의 섭리, 사무엘을 통한 구속사
한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은 단지 한 여인의 개인적인 응답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전반의 상황, 즉 “왕이 없던 시대”의 종말과, 하나님의 새로운 통치 질서를 준비하시는 섭리의 시작이었습니다.
하나님은 한 가정의 불임, 한 남자의 불완전한 사랑, 그로 인한 갈등과 슬픔 속에서 한 여인의 믿음과 헌신을 통해 역사를 여십니다. 사무엘은 이후 이스라엘의 선지자, 제사장, 사사로서 다윗 왕을 기름 부을 자가 됩니다.
적용과 교훈
-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죄와 불순종마저도 도구로 삼아 이끌어 가십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우리의 불순종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 하나님은 언제나 ‘순종하는 자’를 통해 역사하십니다.
- 엘가나는 절기를 지키던 신실한 사람이었지만, 레위인으로서 첩을 둔 모습은 시대적 타협이었고, 그 결과는 불화였습니다.
-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 역시 거룩과 분별된 삶을 요구받습니다.
- 내 자녀, 내 삶, 내 물질도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알고, 다시 그분께 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결론
하나님의 역사는 위대한 지도자를 통해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때론 외면받고 괴로워하던 한 여인의 눈물 속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기도와 헌신을 통해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지금의 고통 속에도 하나님의 섭리는 살아 역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