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출생배경
얼마 전 다윗에 관련된 설교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다윗은 가정에서조차 무시당하고 소외당하며 자라던 아이였다고 했죠. 성경 곳곳에서 다윗이 보여주는 상황 속에서 어렴풋이 "그랬겠다." 정도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다윗의 출신배경과 가정에서의 위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것을 알면, 시편을 대할때, 다윗의 삶을 대할 때 조금 더 깊이 그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편에서 다윗은 "먼지더미에서 일으키사"(시편 113:7)라고 고백한 배경을 보면, 그의 가정에서의 위치와 가족의 태도를 성경 여러 본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윗은 집안에서 "무시당하는 막내"였다.
사무엘상 16장 : 사무엘의 기름 부음 사건
이새가 일곱 아들을 사무엘 앞으로 지나가게 하였으나.... 사무엘이 이새에게 이르되, "네 아들들이 다 여기 있느냐?" 이새가 이르되, "아직 막내가 남았는데 그는 양을 지키나이다" (삼상 16:10~11)
이 본문에서 이새는 아들들을 모두 보여주면서도 다윗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의 형들과는 달리 그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죠. 이 말은 단순히 다윗이 어렸다는 이유를 넘어서, 가정 내에서 그의 존재가 "변방"에 밀려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줍니다.
그는 양을 지킨다는 말은 가족들과 함께 있지 않고 외곽에서 고된일을 하며 홀로 있는 삶을 살았음을 암시합니다.
형들의 태도에서도 무시가 드러난다.
사무엘상 17장 : 골리앗 앞에서 형 엘리압의 반응
엘리압이...그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이리로 내려왔느냐? 들에 있는 몇 양을 누구에게 맡겼느냐? 네 교만과 네 마음의 완악함을 내가 아노니..." (삼상 17:28)
엘리압은 다윗을 거친 말로 정죄합니다. 이는 단순한 형제의 다툼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다윗이 늘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음을 보여주는 단서인 것이죠.
"몇 양"이라는 표현 역시 조롱의 말투로, 다윗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축소하여 깔보는 태도가 있는 표현입니다.
다윗의 고백 - 스스로 '천한 자'로 인식함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며, 궁핍한 자를 거름더미에서 들어 세워..." (시편 113:7)
다윗은 자신이 바로 이런 진토와 거름더미, 즉 무가치하고 천한 곳에 있었던 존재라고 느꼈음을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단순히 사회적 신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의 자존감과 주변의 평가에 대한 반응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죄악중에 출생하였으며
사무엘상 16~17장, 역대상 2장 등 다윗의 출생 배경이나 이새의 가족 관계에 대한 설명에 다윗의 어머니 이름조차 성경에는 나오지 않으며 그에 관련된 어떤 정보도 상세히 언급되지 않습니다.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으며, 내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시편 51:5)
이 구절은 보통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고백한 말씀으로 이해되지만, 일부 학자들은 다윗의 출생 배경에 특별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죄 중에서"라는 표현을 근거로 혼외 관계나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이 해석은 문학적 표현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통과 랍비 문헌에는 어떻게 나오는가?
유대 전통(탈무드, 미드라쉬 등)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다윗의 어머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이새(다윗의 아버지)는 유대 전승에 따르면, 어느 시점에 자신이 이스라엘의 ‘순수 혈통’(순혈 이스라엘인)이 아닐 수 있다고 스스로 의심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이새의 조상이 이방 여인 룻(모압 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23장 3절에 "모압 사람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니..."라는 율법이 있어서, 이새는 “나도 하나님의 총회에 속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이새는 자신의 아내와의 잠자리를 중단하고, 후손을 잇기 위해 여종(또는 첩)을 통해 아이를 낳으려 합니다.
그 여종은 이스라엘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새는 그녀를 통해 "정결한 후손"을 낳으려 한 것이죠.
그런데 여종은 자신의 여주인이자 이새의 원래 아내를 불쌍히 여겨서, 이새와의 관계를 자신 대신 아내가 들어가게 합니다.
즉, 라헬과 레아 이야기처럼 몰래 바꾸는 것입니다.
이새는 여종과 동침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아내와 관계하게 되었고, 그 결과 태어난 아이가 다윗이었다는 전승입니다.
결과적으로 다윗은 "여종의 아들"로 오해를 받고 자란 셈이며, 형제들과 아버지에게도 정통한 자식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상황이 형성되었다는 해석입니다.
※ 이는 성경이 아닌 전승이므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지만, 왜 이새가 다윗을 제외했는가, 왜 다윗이 그렇게 자기를 낯추는 고백을 했는가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배경으로 여겨집니다.
성경이 정확하게 다윗의 출신 배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윗이 가정 내에서 소외당한 정황, 유대 전승에서의 해석, 그의 고백 등을 종합하면 다윗이 가정 내에서 이방적, 혹은 하대받는 자식처럼 취급되었을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