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의 영’이란 무엇인가? 로마서 8장 15–16절
로마서 8장 15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옵니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빠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
이 구절에 사용된 ‘양자의 영’이라는 표현은 성경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양자’라는 단어가 마치 법적으로 입양된 자, 즉 본래 아들이 아니었던 자를 외적으로만 아들로 삼았다는 뉘앙스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성경이 말하는 깊은 진리를 왜곡하게 될 수도 있는 표현입니다.
‘양자’라는 번역의 아쉬움
원문을 살펴보면, 여기서 '아들'은 휘오스(υἱός), '삼는다'는 의미는 데시야(thesis)라는 헬라어가 사용됩니다. 즉, ‘휘오데시아’(υἱοθεσία)라는 단어는 단순히 ‘아들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들로 삼는 것', 아들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단어를 번역할 때 단순히 법적인 입양 개념만을 담은 ‘양자’라고 옮기는 것은 그 본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아들의 영’
성경이 말하는 ‘양자의 영’은 단순한 신분 변화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단지 법적으로만 인정하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실제로 하나님의 생명을 주셔서,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자녀, 곧 아들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보다는 “아들의 영을 받았으므로”라는 표현이 원문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존재적 아들됨의 의미
하나님은 우리를 단지 입양하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우리를 변화시키셨습니다. 이것은 외적인 입양이나 법적 관계 이상의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한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자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단순히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유산을 받을 것이다”라는 수준을 넘어서, 우리가 그분과 하나가 되었고, 그분 안에 거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하나님 밖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내기 위해 애쓰는 존재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들어가 이미 주어진 것을 누리는 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구원하시고, 정결케 하시며, 결국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게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아들 삼으심’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분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 십자가를 지는 과정, 즉 옛 자아를 깨뜨리고, 죄의 습관을 버리고, 거룩함을 따르는 삶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우리가 실제로 하나님의 아들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로마서 8장 15절의 ‘양자의 영’은 단순한 법적 입양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과 본성을 본질적으로 나누는 실존적 아들됨을 말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