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묵상] 창세기 24장, 이삭과 리브가 그리고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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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4장, 이삭과 리브가

18절과 19절을 보면,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그가 데리고 온 낙타들에게까지도 물을 길어 마시게 합니다.

이것은 종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즉각적인 응답이었습니다.

한두 마리도 아닌 열 마리의 낙타에게 물을 먹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여인의 힘으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리브가는 기꺼이 이 수고로운 일을 감당합니다.



리브가의 신원과 하나님의 섭리

23절에서 종은 리브가에게 "네가 누구의 딸이냐?"고 묻습니다.

이에 리브가는 자신을 "밀가가 나홀에게서 낳은 브두엘의 딸"이라고 소개합니다.

즉, 그녀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녀이며, 이삭과는 4촌 지간입니다.

이처럼 리브가는 아브라함과 매우 가까운 친족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처음엔 이 여인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정체를 알고 나자, 자신의 기도가 정확히 응답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섬세한 인도하심

아브라함의 종은 이 놀라운 섭리에 감격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나이다. 나의 주인에게 주의 사랑과 성실을 그치지 아니하셨사오며, 여호와께서 길에서 나를 인도하사 내 주인의 동생 집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창세기 24:27)

이 고백은 모든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 직접 개입하셨고 인도하셨다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함께하시는 하나님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종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인도하셨습니다.

그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삶도 섭리하시고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겸손히 순종하며 나아갈 때,

우리의 삶을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눈길과

우리의 인생을 만져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종에게 맡겨진 사명

아브라함은 그의 충성된 종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깁니다.

그것은 바로 이삭의 아내가 될 사람을 찾아오는 일이었습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세 가지 분명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1. 가나안 족속의 딸 중에서는 택하지 말 것 (창 24:3)

2. 자신의 고향, 하란에서 친족 중에서 아내를 찾을 것 (창 24:4)

3. 어떤 경우에도 이삭을 하란으로 데리고 가지 말고, 여인을 가나안으로 데리고 올 것 (창 24:6)

아브라함의 종은 이 세 가지 조건에 충실히 따르기로 하고, 아브라함의 허벅지 아래에 손을 넣고 맹세한 뒤 낙타 열 필을 이끌고 먼 여정을 시작합니다.



기도로 시작된 만남과 하나님의 인도



아브라함의 종은 메소보다미아 하란, 나홀의 성에 이르러 우물가에서 기도합니다.

“나로 순조롭게 잘 되게 하시고,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구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대로, 그는 우물가에서 리브가를 만나게 됩니다.



라반의 환대와 종의 충성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종을 만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 이 일을 가족들에게 알립니다.

리브가의 오라비 라반은 급히 우물로 달려가 종을 집으로 안내합니다.

창세기 24:31~33은 라반이 아브라함의 종과 그의 낙타를 얼마나 극진히 환대했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종은 말합니다.

“내가 내 일을 진술하기 전에는 먹지 아니하겠나이다.”


800km가 넘는 먼 여정을 마친 후라면 음식을 먼저 먹고 쉬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종은 자신의 안위보다 사명을 우선시하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그에게 자신의 모든 소유를 맡겼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종입니다.”

34절부터 48절까지는 아브라함의 종이 라반에게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리브가를 만난 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이 설명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종입니다.”


라반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음에도, 그는 자신을 “종”이라고 낮추어 밝힙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잊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겸손한 자세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종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를 들어 사용하십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결정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아브라함의 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당신들이 인자함과 진실함으로 내 주인을 대접하려거든 내게 알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내가 우로든지 좌로든지 행하게 하소서.” (창 24:49)

그는 리브가의 가족이 이 결혼을 허락할 것인지, 분명한 대답을 요청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께서 얼마나 신실하게 일하시는지,

그리고 그 뜻을 이루는 데 사람을 사용하시는지를 보게 됩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보여준 믿음과 충성은

하나님의 일에 쓰임받는 자의 중요한 자질임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리브가의 너울과 이삭의 믿음


창세기 24장 65절을 보면, 리브가는 이삭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너울로 가립니다.

이 말은 곧, 이삭이 리브가의 외모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외모와 조건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결혼 풍습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이삭은 이 만남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것임을 확신하며,

믿음으로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합니다.



순종의 결과: 위로와 축복

그 순종의 열매는 무엇이었을까요?

67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이삭은 어머니 사라가 죽은 후, 깊은 슬픔과 외로움 속에 있었습니다.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브가를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할 때,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를 경험하게 됩니다.



순종의 복, 지혜로운 아내

또한 이삭은 순종의 결과로 아름답고 지혜로운 믿음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리브가가 낙타에게까지 물을 먹이는 모습을 통해

그녀의 섬김과 지혜, 따뜻한 성품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인생의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언 19:14는 이렇게 말합니다.

“집과 재물은 조상에게서 상속하거니와 슬기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느니라.”

하나님께 순종한 이삭은 여호와께서 주신 슬기로운 아내를 얻게 된 것입니다.



언약을 잇는 순종의 계보

이삭의 결혼 과정을 보면,

리브가의 가족들의 순종,

리브가 자신의 순종,

그리고 이삭의 순종이 조화를 이룹니다.

이들의 순종은 단지 한 가정의 축복에 그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께 이르는 언약의 계보를 잇는 중요한 순종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한 순간의 신앙적 결단이 얼마나 깊고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믿음의 세계는 결단의 연속이다

믿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며,

아직 성취되지 않은 약속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의 여정에서는

순간순간 신앙적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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