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4장, 언약궤를 우상처럼 여긴 이스라엘
사무엘의 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하나님을 멸시하던 제사장 가문과 타락한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본격화된다. 본문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허락되지 않은 전쟁과 첫 번째 패배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침공하자 양 진영은 각각 진을 쳤다(삼상 4:1). 하지만 하나님은 이 전쟁을 허락하신 적이 없다. 이스라엘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였지만, 지도자들과 백성은 전쟁을 강행했고 그 결과 약 4,000명의 군사가 죽었다(1–2절).
장로들은 패배의 원인을 "여호와께서 우리를 치셨다"(3절)고 정확히 분석했지만, 해결책은 ‘회개’가 아닌 ‘언약궤’를 꺼내오는 것이었다. 언약궤를 앞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믿은 것이다.
언약궤를 미신처럼 사용한 백성들
언약궤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성물이지만, 이스라엘은 그것을 신비한 능력을 지닌 물건처럼 여겼다. 그들은 요단강을 건너고 여리고성을 무너뜨릴 때처럼, 이번에도 언약궤 자체가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그 궤와 함께 전장에 나섰다(4절).
언약궤가 진영에 도착하자 이스라엘은 환호했고, 그 소리를 들은 블레셋은 공포에 떨었다(5–9절). 블레셋은 여호와를 여러 신 중 하나로 오해했지만, 과거 애굽을 친 강력한 신으로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공포가 오히려 전투 의지를 자극해, 그들은 "대장부처럼 싸우자"고 격려하며 돌격했다(9절).
참혹한 결과와 하나님의 심판
결과는 참담했다. 이스라엘은 3만 명이 죽었고, 언약궤는 빼앗겼으며, 엘리의 두 아들도 전사했다(10–11절). 이는 하나님께서 이미 예고하신 심판의 성취였다(2:34절).
소식을 들은 엘리는 언약궤가 빼앗겼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넘어지며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의 나이는 98세였고, 눈은 멀었으며, 몸은 비대해졌다고 기록된다(18절). 이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 하나님보다 자기 영광을 더 중시한 그의 영적 상태를 반영하는 표현이다(2:29–30절). 엘리는 40년간 사사로 다스렸다.
“영광이 떠났다”는 고백
비느하스의 아내도 출산 도중 언약궤가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이가봇’이라 지으며 “이스라엘에서 영광이 떠났다”고 선언한다(19–22절). 이 이름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의 영적 현실을 드러낸다.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진정한 심판
블레셋은 자신들의 신 ‘다곤’이 여호와를 이긴 것이라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언약궤가 빼앗기는 불명예까지 감수하신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예배를 멸시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아니라 ‘물건’을 의지했다. 나무로 만든 언약궤만 있으면 하나님이 자동적으로 도와주실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하나님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나님을 우상처럼 섬긴 결과, 이스라엘은 처참한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