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4장, 야곱의 불순종으로 일어난 일

야곱은 하나님께서 이끄신 벧엘로 가지 않고, 세겜에 머물렀습니다. 그 결과 큰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레아의 딸 디나가 세겜 땅을 나가 그 지역 여인들을 만나러 갔다가, 히위족속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강간을 당한 것입니다(창 34:1-2).
그러나 피해자인 디나의 아버지 야곱은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디나가 라헬의 딸이었어도 그렇게 했을까요?
말도 안 되는 통혼 제안
디나를 욕보인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은 사죄보다 먼저 통혼을 제안합니다.
"우리 족속끼리 서로 결혼하고 함께 살자"는 것이었습니다(3-5절).
하지만 야곱은 조용했고, 그에 반해 야곱의 아들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합니다.
할례를 조건으로 한 복수의 계략
야곱의 아들들은 통혼의 조건으로 할례를 제시합니다.
이는 언약의 표징을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겉으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속으로는 철저히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13-17절).
세겜과 하몰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세겜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온 성읍 남자들을 설득했습니다.
“조금 고생하면 큰 이익이 있다”며 할례를 받도록 유도한 것입니다(23절).
복수의 날, 세겜 성의 학살

할례 받은 지 사흘째 되는 날, 고통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남자들을 향해
디나의 친오라버니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들고 세겜과 하몰을 살해하고, 성읍의 모든 남자들을 학살했습니다.
그 외 다른 형제들은 가축과 재물을 약탈하고, 여자들과 아이들을 사로잡았습니다(25-29절).
이는 명분은 있었으나,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패륜적 복수였습니다.
단 한 사람의 죄로 온 성읍을 몰살시킨 이 사건은 하나님의 언약 가문에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야곱의 침묵과 두 아들의 분노
성경은 시므온과 레위를 소개할 때 “야곱의 두 아들, 디나의 오라버니”라고 강조합니다(25절).
이는 야곱이 자신의 딸이 겪은 치욕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그 분노가 아들들에게로 옮겨졌다는 의미입니다.
야곱은 두 아들에게 화를 내며 꾸짖었지만, 그들의 복수 자체보다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만을 걱정했습니다(30절).
이에 두 아들은 격분하며 말합니다: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같이 대우함이 옳으니이까?”(31절)
이 말에는 세겜만이 아니라 아버지 야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누이”라는 표현 속에는, 아버지조차 디나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분노와 실망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불행의 근원은 야곱의 불순종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야곱이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벧엘로 가지 않고 세겜에 정착한 것입니다.
세겜은 머물 곳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은 벧엘을 향해 가야 했습니다.
그의 나태와 불성실은 결국 가정에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모든 결정은 죄로 이어집니다.
시므온과 레위는 아버지와 달리 불의에 대항하고 가나안 족속과의 통혼을 반대했지만,
그들의 방식 역시 하나님 앞에 의롭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후 야곱의 유언에서 저주를 받게 됩니다(창 49:5-7).